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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리뷰/영화

영화 <K-19 위도우메이커> 리뷰/후기/추천합니다!

by 아프리카북극곰 2020. 1. 21.

 

 

 

 

이 영화는 허트 로커와 제로 다크 서티를 연출한 캐러신 비글로우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잠수함 영화 중 <크림슨 타이드>와 <위도우 메이커>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허트 로커>는 그나마 좀 최근작이고 워낙에 좋아하는 전쟁영화이다보니 자세한 디테일들까지 기억하는 편인데,

<위도우 메이커>는 <허트 로커>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특유의 색깔은 분명 강하게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대중적이고 전형적인 전쟁영화라고 할까요.

전쟁을 완전히 미시적으로 파고들어갔던 <허트 로커>와는 달리 <위도우 메이커>에는 거시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고, 캐서린 비글로우의 색깔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았던 <허트 로커>와는 달리 관습적인 요소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허트 로커>를 보고 어떻게 여자 감독이 이렇게 전쟁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하고 느꼈다면, <위도우메이커>를 보고 느낀 것은 어떻게 여자 감독이, 군대 이야기에서 남자가 감동을 느끼는 코드를 이렇게 정확히 알고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세세한 디테일이야 치열한 연구로 고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여자 감독이 남자 관객의 심리를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단역을 제외하면 여자 배우가 단 한 명도 안나옵니다. 말 그대로 완전히 남자 영화예요. 

여자 감독이, 남자 배우들만을 데리고 남자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캐서린 비글로우가 전쟁영화에서 남자 감독 이상의 퀄리티를 낸다는건,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위도우메이커>는 캐서린 비글로우가 약간 과도기를 겪던 시기에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그게 어설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허트 로커>와 <제로 다크 서티>로 확립된 캐서린 비글로우만의 색깔이 좀 약하거든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밀리터리 영화의 코드는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위와 아래의 갈등, 무리한 명령과 반발, 화해, 전우애 같은 것들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게 하나 빠진 것 같지 않으십니까? <위도우 메이커>에는 전투 장면이 단 한차례도 없어요.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은 같은 편끼리 만든 갈등입니다. 영화 초반과 후반, 명령을 내리는 '장군'들과의 갈등상황을 빼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잠수함 안에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쓰입니다. 사실 전투가 일어날 수가 없죠. <위도우 메이커>의 시간적 배경은 전쟁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전쟁영화'라기보다는 '밀리터리 영화'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캐서린 비글로우는 긴박감을 만들어내는데 능수능란한 감독입니다. 거기에 리암 니슨과 해리슨 포드의 연기가 더해져, 긴박하면 긴박했지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좁은 잠수함임에도 불구하고 앵글을 짧게 짧게 자주 바꾸는 편집 방식도 지루함을 없애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잠수함'은 영화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임이 분명합니다. 백여명 가까운 사람이 함께 있는, 완전히 폐쇄된 공간이라는 게 세상에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공간은 그 자체가 이미 '무기'입니다.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창문조차 없으면서도, 효율성을 위해 개인의 공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희생시키며 만들어진 폐쇄공간. 잠수함이라는 공간은 외부인들에게는 그 내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내부인들에게는 외부로 나가고 싶은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서로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좁은 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열린 공간에서보다 날이 서기 마련이지요. 


캐서린 비글로우는 이런 특성을 아주 멋지게 활용합니다. 미국과 소련의 세력다툼 때문에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은 잠수함을 타고, 그것에 목숨을 맡긴 채 항해를 해야 하는 승무원들의 불안과 긴장, 잠수함 건조 시점부터 함께하던 장교들과 그들의 리더 격이자 조국보다는 당장 부하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부함장(원래는 함장이죠), 그 위에 새로 부임한, 군인정신으로 가득 찬 함장 간의 갈등, 그리고 그 모든 구성원이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는 위기에서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대처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생을 굉장히 멋지게 잘 그리고 있어요. 남자들의 감동 코드를 꽤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멋있었던 장면은 부함장이 함장에게 "명령하지 말고, 부탁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과 그 이후 무전을 통해 차례차례 들려오는 잠수함 각 구역 승무원들의 응답 장면,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뒤에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전우의 무덤 앞에 처음으로 모여 그들을 추모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정말 '남자스러운' 장면들이죠? 물론 여성분들도 감동을 느끼시긴 하겠습니다만 아마 남성 관객만큼의 감동은 아닐겁니다.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제복으로 상징되는 소속감, 세월도 무색하게 만드는 강력한 우정,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상하관계 같은 것들이 모두 강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화 속에서 묘사되고 있거든요. 


그런 감동 코드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영화 말미에 함장의 연설로 드러납니다. 백발이 성성한 퇴역군인이 되어, 다시 제복을 갖춰입고 전우들의 무덤 앞에서 함장이 말하는, '그들이 방사능이 쏟아져 나오는 원자로로 보호구도 없이 걸어 들어간 이유는, 세계대전을 막기 위함도 아니고 조국을 위함도 아니고 오직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하는 추모사는 아주 멋있습니다.

'조국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친다'는, 융통성을 허락하지 않던 강철같은 애국심을 영화 내내 보여주던 캐릭터가 하는 말이어서 더 와 닿기도 합니다. 시니컬하게 본다면, 혹은 이 장면만 떼어놓고 본다면 굉장히 유치하고 인위적인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 내내 감독이 의도한 대로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린 저는 꽤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위도우메이커>는 완벽히 백 퍼센트 실화 같은 느낌은 좀 덜합니다.

다큐멘터리 수준의 디테일과 실감을 보여준 <허트로커>에 비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일단 우리가 최근에 뉴스나 인터넷에서 접한 현대전 이야기가 아니고, 쉽게 경험해볼 수 없는 잠수함 내부가 배경이기 때문도 있겠지만 어쨌든 잠수함이라는 배경의 특수성과, 캐서린 비글로우가 잘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갈등 묘사를 빼면 사실 일반적인 전쟁영화의 구성과 감동 코드와 크게 차별화되는 영화는 아니에요. 물론 잘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지만, <위도우 메이커>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밀리터리 영화와의 차별성과 매력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가, 미국 배우들이 소련 사람 연기를 하면서 영어로 '미국놈들은 다 적이야.' 같은 대사를 주고받으니 더 실감이 안 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거 하나로 비판하기엔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하긴 리암 니슨과 해리슨 포드니까요. 사실 두 배우 모두 특별히 연기를 잘한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기만의 성격과 카리스마가 확실한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배우가 가진 그 성격이 영화 속 캐릭터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전에 봤던 기억을 거의 잊은 상태에서, <허트 로커>와 같은 실감을 잠수함에서 볼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캐서린 비글로우가 '밀리터리', '다큐식 디테일과 실감'이라는 두 가지 강점을 처음 시작한 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 커 보입니다. 


K-19 위도우 메이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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