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ideo 리뷰/영화

[넷플릭스] 로스트 인 더스트 / 후기-데이빗 맥킨지 감독의 최고의 작품!

by 아프리카북극곰 2020. 1. 16.

 

'로스트 인 더스트'가 데이비드 맥켄지 감독의 최고작이라는 것에는 대부분의 평론가들 사이에서 큰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2002년 장편 극영화 데뷔한 그는 15년 차의 중견 감독이 되면서 점차로 성장을 해오고 있는데 2007년 '할람 포'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올해 그 작품을 능가할 자신의 역대급 영화를 내놓은 것이 '로스트 인 더스트'입니다.

원제는 'Hell or High Water'인데 '로스트 인 더스트'라는 제목은 우리나라에서 임의로 붙인 개봉제목입니다.  
무조건 맨땅에 붙인 제목은 아니고 이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노래 가사 중에서 '로스트 인 더스트'라는 말이 나옵니다.  

가끔 원제보다 더 어울리는 우리나라 개봉제목들이 등장하는데, '내일을 향해 쏴라' '람보' 같은 영화도 그렇습니다.  
'지옥이거나 거센 파도에 있거나'라는 원제라면 '이판사판'이라는 해석도 어울리겠지만 

'먼지 속으로 사라지다' 혹은 '먼지 속에서 길을 잃다'라는 개봉제가 영화의 분위기에 훨씬 어울립니다.



거대한 서부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텍사스 하면 미국의 서부극을 통해서 자주 구경할 수 있는 지역인데, 

그 서부극 시대의 인물들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21세기 텍사스가 배경이지요.  
인디언, 기병대, 멕시코인, 백인개척민들이 치열하게 땅따먹기를 하던 19세기 텍사스,  

과연 그 후손들은 어떤 모습으로 아가고 있을까요? 



은행털이를 하는 형제 2명과 그들을 쫓는 레인저 2명의 이야기인 로드무비입니다. 
은행강도 영화는 많이 있지만 이들 텍사스 두 형제는 좀 다릅니다.  
형인 태너(벤 포스터)는 10년이나 감옥에 복역했던 전과자이고 다분히 폭력적입니다.  

소위 전형적인 '꼴통'이지요.
동생 토비(크리스 파인)는 이혼남이지만 딱히 전과 경력이 없고 두 아들까지 있는 나름 제대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두 형제의 공통점은 지극히 가난한 대물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증조부도 대물림의 가난을 맛보고 있는 자본주의의 흙수저 들이죠.  
그런 환경에서 형은 아버지를 쏘아 죽이고 범죄를 저지르면서 감옥에서 삶을 보냈고, 
동생은 결혼까지 해서 아이도 둘이나 키우면서 노동자로 처절히 살아갔지만 돌아온 것은 실직과 이혼이었습니다.  
그리고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했습니다.
은행털이 형제 두 명의 스펙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럼 그들을 쫓는 텍사스 레인저 2명은 어떨까요? 
그들 조합도 두 형제 못지않게 독특합니다.  낼모레 퇴직을 앞둔 노친네인 마커스(제프 브리지스)와 인디언의 후손인 알베르토(길 버밍햄)는 늘 투닥투닥 다투며 입씨름을 하지만 그럼에도 용케도 콤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민첩한 FBI 나 CIA가 아니라 투박한 두 남자들인 것입니다. 
퇴직을 앞둔 염세적인 노친네와 그에게 늘 불만을 씨부렁거리는 비대한 중년의 인디언 혈통.



영국 영화를 만들어온 영국 감독 데이비드 맥켄지가 어쩐 일로 미국 서부의 상징인
텍사스 본토를 무대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서부시대가 사라진 20세기 이후를 배경으로 한 '텍사스'영화의 대표로 자리매김할만한 작품입니다.
21세기 은행털이의 이야기지만 그들과 두 레인저들의 모습은 결코 과거의 텍사스와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작은 마을의 자그마한 은행을 돌며 고작 몇천 달러씩을 터는 형제, 

추적을 피하려고 뭉치돈이 아닌 낱장 돈만을 강탈하고 그걸 카지노에 가서 칩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돈으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합니다.
한탕이 아닌 푼돈을 여러 번 터는 귀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좀도둑질은 비교적 수월하며 

재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있지요.
이들을 추적하는 두 노친네는 그들의 행적을 감안하여 앞으로 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에서 잠복하는 

'고전적 방법'으로 추적합니다.

영화가 흘러가면서 두 형제의 사연과 상황이 점차적으로 공개되고,  결국 그들은 특정 액수의 돈일 필요했고, 
그걸 마련하기 위해서 이 좀도둑질 같은 계획을 세운 것이 드러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개체를 지키기 위한 것이 원인이었고,  
가난이라는 '대물림'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계획이었고,  

동생의 이런 계획을 '난 어차피 버린 몸이니'라는 입장에서 기꺼이 도와준 형의 동업이었습니다.


인디언과 멕시코 토착민들이 살던 텍사스,  어느 날 백인 이주민들이 몰려와 총으로 그들을 몰아내면서 다스리고, 

그렇게 이어지던 서부시대,  

세상은 변하고 문명시대가 되면서 총이 아닌 석유라는 물질과 자본의 힘으로 지배하는 백인들, 

그렇게 열린 자본주의 시대. 
금융이 지배하는 세상,  하지만 없는 자들은 가난이라는 처절함 속에서 버텨야 하고, 

그러한 가난은 계속 대물림되고 결국 범죄자가 되거나 가난하게 계속 살거나...

 



운치 있는 컨트리 송이 수시로 흘러나오면서 영화의 마초적 정취를 더 깊이 있게 해 주며 

제프 브리지스와 인디언 아저씨가 보여주는 투박한 분위기, 
그리고 흙수저 형제들의 좌충우돌하는 범죄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낭만은 없고,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꽉 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 형제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들은 무사히 목적을 달성할까? 
아니면 느릿느릿한 듯하면서도 노련한 레인저인 마커스 일행에게 잡히게 될까?

 

역대 은행강도 영화 중에서 가장 적은 금액을 터는 좀도둑이지만 목적이 가장 명확한 강도라고 할까요.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가는 2인조, 이렇게 2 : 2의 조합이 영화의 후반부로 흘러가는 어느 시점에서 결국 붕괴가 되고 그러면서 남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큰 여운이 대미를 장식합니다.  
마커스와 토비가 말미에 나누는 농담 같은 대화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기싸움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명대사 명장면입니다. 

 

뭐 그리고 영화는 끝나야 하는 시점에 정확히 끝나는 느낌인데, 

이후 어떤 과정이 펼쳐지든 그건 허무한 과정이 되는 그야말로 '로스트 인 더스트'일 뿐입니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로 모처럼 맛볼 수 있는 이런 허무한 컨트리 분위기의 수작이었으며, 
영국 감독이 홀연 미국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임에도 그 지역의 정취와 역사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성찰을 한 영화입니다.
광활한 텍사스의 전경, 운치 있는 컨트리 뮤직, 투박한 지역민들, 삶에 지친 듯 하지만 자신의 일을 하는 레인저, 

그리고 생존형 범죄를 저지르는 일당,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속편인 '형제를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무르익고 관록이 쌓인 데이비드 맥켄지 감독의 노련함이 돋보이며 그의 향후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정도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 코엔 형제를 능가할 수 있는 기대가 되네요.


넷플릭스에 시청 중이시다면 <로스트 인 더스트> 꼭 관람해보시길 바랍니다. 추천!

 

댓글